낙하산을 타고 온 사나이
Rolleiflex 3.5
낙하산을 반대한다.
방송위원장 없는 방송위원회가 석·박사학위 취득에 의혹이 있는 구관서 교육부 고위관리를 최근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에 선임했다. EBS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구관서씨는 취임반대 때문에 출근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경향신문에서 제기하는 석·박사학위 취득의 의혹은 크게 세가지로 보인다. 우선 2000년 8월 홍익대 박사 학위 논문과 단 6개월 앞서 쓴 서울대 석사학위 논문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 또 하나는 유사논문으로 6개월만에 석·박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했다는 점이다. 구씨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때 교육부 국장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어 특혜의혹이 있다는 점. 교육부 감사관이던 구씨는 서울대 개교 이래 처음 실시된 종합감사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었고 그의 논문 지도교수인 서울대 김신복 행정대학원장은 교육부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따는 교수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언론의 당연한 문제제기로 판단된다.
이번 사건은 구씨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학과 방송위원회의 문제가 더 부각된다. 우선 서울대와 홍익대는 어떻게 6개월 시차를 두고 동시에 석·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지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박사학위에 석사학위가 필요하기 때문에 황급하게 하나 마련하도록 했는지, 뛰어난 석학들에게는 이런 시차가 아무 의미가 없는지. 또한 혹시 한 논문을 준비한 후 두 개로 나눠 제출하는 편법을 택한 것은 아닌지.
구씨를 사장으로 선임한 방송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충분히 검증한 뒤 사장선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인지. 전문성도 적격성도 인정받지 못한 사장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내려보내 출근조차 할 수 없도록 하다니 국가의 인사정책이 이렇게 불투명하게 정해져도 문제는 없는지. 구성원 다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장, 의혹투성이 사장이 그 자리에 설혹 간다고 하더라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인들, 고위관료들의 사적 이해에 지성을 파는 대학과 일부 교수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방송위원회의 EBS 사장 선임은 철회내지 유보돼야 한다. 방송위원회는 대책없는 부위원장 체제를 지속할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위원장 선임을 서둘러야 한다.
김창룡 교수는 영국 런던 시티대학교(석사)와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박사)을 졸업했으며 AP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겸 국제인력지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 전쟁 취재 경험이 있으며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김창룡·인제대 교수 cykim2002@yahoo.co.kr
Up to my neck in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