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소묘 . . 가을소묘 (전성규) 한가한 바람 몇 점 가을 들녘을 밟고 간다. 오후 세시 사십분의 느슨한 시간 속에 햇살에 나부끼는 잎새들은 가녀린 미소로 서로의 야윈 몸을 부디 끼고, 황금빛 들판 위엔 가을을 수확하는 농부들의 잘 여문 땀 내음이 어깨너머로 굴러오는 가난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 가을은 설익은 그리움들이 고추잠자리처럼 빠알갛게 익어 가는 결실의 계절. 시월 하늘 아래 장승처럼 버티고 서 있는 고목의 외로움 마냥 가을은 향수에 갈증 난 나그네의 가슴속에 촉촉한 단비를 뿌려주는 입가심이다. . . .
노블레스
2006-09-26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