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행운
그날은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친한 형과 제주의 섶섬을 찾았다.
파도가 조금 높아 섶섬으로 갔으며 섶섬에서도 파도가 덜 치는 한개창을 향했다.
한개창은 섬에서 움푹들어간곳을 가르키기 때문에 어느 섬에나 한개창으로 불리는 곳이 있을수 있다.
새로 나온 수중촬영장비착용사진을 촬영하려고 선배가 나를 산호들이 있는곳에서 모델을 하게하였다.
그러니까 부연설명을 하자면 실제 촬영장면이 아닌 연출사진을 촬영하는 셈이었다.
아름다운 연산호들이 옹기종기모여있었고 그것을 촬영하는것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모델을 한다는것이 사실 가만이 있으면 되는것이라 쫌 심심한것었다.
그래서 실제로 촬영을 하는것처럼 뷰파인더를 들여다보았다.
산호의 아주작은 폴립 - 사진상에서 사람의 손처럼 보이는 부분 -들이 뭔가를 먹고 있는것이었다.
폴립들은 항상 뭔가를 부지런히 먹기때문에 처음에 그려려니했는데 가만이 보니 먹는게 아니라 뭔가를 뱉어내고 있었다.
이상하여 몇장 실제로 촬영을 하였다.
사실 그때 난 산호에 기생하는 게오지를 찾고 있었기때문에 신중하게 촬영을 하진 않았다.
또한 모델역할도 하는중이라 그것도 신경이 쓰였고....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와 모니터앞에 앉아 촬영한 사진들을 보니 이 사진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나 확대를 해서 보니...아! 이건 산호가 산란을 하는 장면이었다.
수중사진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건 평생에 한번 촬영하기도 힘든 사진인 것이었다.
참고적으로 산호는 일정한 시기에 산란을 하는데 보통은 밤에 산란을 한다. 그 시기를 안다고 해도 사실 그것을 촬영한다는것은 아주 힘든일이기때문이다.
대낮이었고 여러조건으로 볼때 산호가 내가 다이빙을 한 그때 산란을 한다는것과 내가 그것을 본다는것은 정말이지 확률적으로 거의 희박한것이었다.
어찌되었든 사진은 촬영되었고 나에게는 산호의 산란사진을 촬영한 몇안되는 국내수중사진가중 한명일것이다.
육상사진을 하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없는 사진일지 모르나 수중사진을 하는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그리고 행운이 따라준 사진인것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촬영한 이 사진을 보고 산호산란을 관찰하고 촬영하기 위해 몇분의 수중사진가가 그 주변의 바다를 찾았으나 촬영하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러기에 내가 촬영한 이 사진이 더 행운이 아닐까?
크롭 & 확대사진을 보시면 산란장면을 좀더 리얼(?)하게 볼수 있습니다
http://www.raysoda.com/Com/BoxPhoto/PView.aspx?u=56234&f=S&s=VD&l=35264&p=329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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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이 아름다웠으면 합니다
늘 즐거운 사진생활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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