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음악축제 그 한켠에선.. 광명음악밸리축제에서 시끄럽게 음악소리를 사방으로 울리고 있을때, 우연찮게 발견한 바로 길건너 옆, 가파르디 가파른 언덕 위에는 무척이나 낡은 2층짜리 아파트 두채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힘들게 서있었다. 사람은 살고 있었지만, 이미 '관리'라는건 포기한 듯이 무릎높이 밖에 안오는 난간위로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창문은 없고 거미줄만 잔뜩 쳐져 있었고, 옥상에는 바로 옆이 언덕밑 낭떠러지인데, 아무런 난간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채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 이 사람들 힘들게 살고 있구나....'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내 귀를 파고 들었다. '피자 시키신 분~' 옆동 2층에서 피자배달원이 외치는 소리였다. (아마 각각의 현관에는 아파트 호수를 가리키는 그 표지판 마저 없었나 보다.) 이토록 가파른 언덕길을 오토바이를 끌고온 그도 대단했지만, 뭔가 피자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어쩌면 달동네라고도 볼 수 있는 이 곳에서 만난 그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동네의 겉모습만 가지고서, '이 동네는 내가 있던 세상이랑은 뭔가 다르다.' '정말 티비에서 보던 달동네 사람들처럼 정부보조로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고 있겠구나.'라는 식으로 단정지어버렸나 보다. 그랬으니, 그런 그들이 피자를 시켰다는 소리에 놀라지 않을 수 밖에. 순간, 내가 그들을 동물원에 갇혀있는 불쌍한 원숭이마냥 바라보았던 스스로에 대해서 무척이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나한테 말이라도 걸까봐 음악이 크게 틀어진 이어폰을 귀에 꼭 끼고 돌아다니기보다는 조금더 그들에게 거리감없이 다가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틈
2006-09-25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