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 6 일남 : 어이 이남 : 어이 삼남 : (바라만 본다) 일남 : 자네 오늘 몇 사람이나 태우고 왔나? 이남 : 나? 나 오늘 세 사람 태우고 왔네. 그런 자네는? 일남 : 나? 난 오늘 혼자 왔네. 허참. 아무리 막차라지만 이렇게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을 혼자 와야 쓰겄는가. 이남 : 자네나 나나 기름값이 아깝긴 아깝구만. 그나저나 세상 돌아가는 것이 이렇게 퍽퍽해서야. 차라리 맛없는 스치로폴을 뜯어먹어야쓸란갑네. 이래가지고 추석상이나 차리겄는가. 일남 : 그러게 말이네. 난 곧 내년 대학 등록금을 칠백은 챙겨놔야하네. 조금씩 장학금은 받는다지만 책사볼라 사람도 사귈라치면 제 아무리 아르바이트 한다고 해도 지들 쓸것도 부족한 세상 아니여. 등꼴이 안 빠질 수가 없지 않겄나. 허~ 이남 : 그래도 자넨 대학이라도 보내니 마음의 빚은 없을걸세. 나는 자식 하나 있는 거 대학은 커녕 빈둥빈둥 돈만 까먹고 안 있는가. 뭐 돈 까먹는거야 대학 보냈다 치면 되지만 앞으로 어찌 살 것인지 나이 스물이 넘도록 생각도 안 하고 있으니 참 내 속이 다 타들어가네. 일남 : 자네도 어지간히 힘들겄네. 안사람이 절로 흰머리가 늘겠구만. 그래도 우린 이렇게 허탈할 때 담배 한 대 피워물고 술 한 잔 기울이면 조금이라도 씻겨내려가는데. 안사람은 속 시끄럽겠어. 이남 : 그래도 자네 부럽구만. 둘 씩이나 대학을 보내고. 일남 : 부러워하지 말게나. 나도 의무로 보내는 것이제. 나중에 지들끼리 잘 살면 그만이다 싶네. 그 눔들 대학 보내느라 좋은 곳에서 밥 한 번 안 사주고 남 다들 간다는 제주도 한 번 신혼여행 때 가고 못 가봤네. 빠듯한 월급쟁이랑 살면서 말도 못하고 늘어가는 것은 흰머리에 뱃살 아닌가. 요즘 여자들 살뺀다고 헬스장이다 요가다 하지만 나는 빼지 말라고 했네. 세 겹 겹치면 어떤가 그것도 다 자식새끼들 멕이고 가르치느라 만들어진 아름다운 몸 아닌가. 우리가 치질에 고생하고, 뱃살 나오듯이 말이야. 이남 : 하하하하 그러네 그래. 내 안식구도 작은 거울 앞에 앉아서 새치 뽑고 늘어진 뱃살 주무르며 굵게 패인 눈가 주름 확인하고 있을 때가 제일 이쁘더만. 뭐 돈 있는 것들이야 ...... 일남 : 그나저나 자넨 언제 또 내려가나? 난 요 담배 한 대 피우고 또 내려가네. 이남 : 나는 오늘 반 나절 쉬고 오후에 가네. 잠 한 숨 자고 가야지. 아 글고 안식구가 월급 탄 기념이라며 십만원을 줬다네. 어쩔라고 그거 다 쓰라더만. 월급통장 못 본지 오래 되었는데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자네 조심하고 잘 다녀오게. 또 만남세. 삼남 : (흐뭇함인지 애잔함인지 야릇한 미소)
알섬
2006-09-23 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