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이 찍히던 날은...
이 사진이 찍히던 날은...
친구의 주선으로 정말 오랜만에 소개팅을 갖은 그런 날이었다.
오랜동안 홀로 지내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직접 자신의 친구를 소개시켜 준 것이다.
하지만, 이 사진이 찍히던 날은...
'그녀'를 처음 본 그 날로부터 딱 6년이 되던 그런 날이기도 했다.
내 심장이 일순간 고장나서 거짓말처럼 멈춘지
벌써 여섯해가 지난 것이다.
그녀가 내 앞에서 말한다.
난 겉으로는 즐거운 듯 인위적인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모자람없이 고개를 끄덕여 준다.
긴 세월동안 익숙해져버린 나의 가식적인 모습들...
하지만 이미 멈추어버린 심장과
나도 모르는새 '그녀'에게 빼앗겨버린 텅빈 가슴,
그 귀퉁이에서부터 들려오는 것은
대답없는 공허한 메아리 뿐이었다.
오늘도 난 술을 마시지 않는다.
단지 난 술로 마음을 울 뿐이다.
2004년 12월 23일...
내 심장이 고장난지 6년째 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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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촌 Waggle-Waggle [December 23, 2004]
▶ Canon EOS 300D DIGITAL + Canon EF-S 18-55mm f/3.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