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罷場) II
낮에는 일상에 치어 살다보니까 어느덧 야경만 찍게 된 것 같다.
그런 어느날 집에서 뒹굴다 문득 든 생각 중에 하나...
'나는 그동안 야경을 찍으러 화려한 곳만 찾으러 가지 않았는가?'
우리 동네는 화려한 번화가와 거리가 멀다고 투덜거리고, 언제 한번 날을 잡아 서울의 번화가에 가서 화려한 모습을 담을려고 하는 내 자신이 갑자기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선 시각은 9월 18일 오후 10시경.
마땅히 갈 곳을 정하고 나간 것은 아니었다.
그냥 발길 따라 흐리멍텅하게 도로를 밝히는 가로등을 따라 무작정 앞으로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가 도착한 곳은 광명 4거리에 있는 광명 중앙 시장. (개인적으로 광명시에 살고 있지는 않다.)
이제 막 파장을 맞이한 시장은 몇몇 점포를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점포들이 문을 닫았고, 시장의 비좁은 길은 무척이나 한적할 만큼 조용했다.
낮에는 사람들에게 치이고 여러 짧은 인연들이 서로 오가는 비좁은 공간에, 이렇게 차분한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꺼낸 시각은 9월 19일 오후 11시경.
반쯤 망가진 삼각대를 설치하고 (이때서야 삼각대가 망가졌다는 것을 알았다. 전에는 출사 나갔다가 CF메모리 카드 놓고 오는 일도 있었는데...앞으로는 집에 나오기 이전에 장비 정검을 하고 나와야겠다.), 도시의 어둠이 반쯤 깔린 시장을 좁은 뷰파인더로 쳐다보고, 조심스럽게 나는 셔터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