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 안개 속의 아침
메밀꽃 필 무렵
나 선주
꽃 소금 하얗게 뿌린 듯
달밤에 오시는 그대
향기마저 빛으로 대신 하는데
내 마음보다 더 환한 등불 켜고
임 오시는 길 밝혀 줍니다
임의 하얀 발걸음
시린 가슴 보듬어
바스러진 불꽃 같은 눈망울로
그물을 짜 가두어 봅니다
더디 오시는 걸음
하얀 별 밭에 취하심
뉘라서 모르리까
울긋불긋한 옷 거기에 벗어두고
하얀 메밀꽃 입고 가벼이 오소서
꽃은 없으오이다
온 천지가 하얗게 내린 서리만 가득
꽃은 죽었더이다
내 마음 모두 그대에게 드렸으니
달은 떨어졌더이다
하늘은 어두운데
땅엔 휘황찬란하게 빛을 내는
별 무리가 가득한 것을
나 이제 깨닫습니다
그대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