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이라도 더... 죽음... 단어에서 느껴지는 무게만큼이나 막연한, 그러나 누구나 경험하는 삶의 종착역. 딱 일주일 전, 나는 그 느낌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 할머니를 통해서... 그 누구못지 않게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던 분인데, 영혼을 벗어버린 육신(肉身)은 뻣뻣하게 굳어 이미 물질로 돌아가 있음을 실감케 했다. 할머니는 오동나무 관과 함께 뜨거운 화염에 의해 자연으로의 회귀(回歸)를 준비하신다. 2시간여만에 화장(火葬)은 끝이 나고, 할머니의 유골은 차가운 쇠로 만들어진 분쇄기에 의해 분골되어 당신 머리보다도 작은 상자에 담겨져 나오더라. 그렇게 입을 악 물고, 용을 써가며 살아가려하는 우리내 인생이 결국에는 한 주먹감도 되지 않는 재 뿐일줄이야.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들여다 본 할머니 방... 그 방의 주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당신이 남기시고 간 것은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주인없는 물건들과 아직 다 하지 못해서 이젠 가슴에만 묻어두어야만 하는 대상없는 말들.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슬프지 않을 줄 알았다. 가슴이 울렁거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근데... 마음이 텅 비어 버렸다. 알맹이만 쏙 빠진것처럼... 한 번이라도 더 웃어 드릴걸. 한 번이라도 더 손 잡아 드릴걸. 한 번이라도 더 불러 드릴걸. 그때...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해 드릴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봉은사(奉恩寺) [May 12, 2005] ▶ Canon EOS 300D DIGITAL + Canon EF 50mm f/1.8 II
Badboy™
2006-09-11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