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해가 있는 아침.. 홀로 세번째 오른 몽블랑.. 마지막은 돌아오지 못하는줄 알았습니다. 텐트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오른 바람 강하게 불던 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기 시작하더군요. 후퇴하기는 멀고 이전에 잠시 쉬었던 기억이 있는 몽블랑 (4810m)서쪽에 있는 무인대피소(비상캐비넷) Bivouac Vallot(4632m)로 최대한 빨리 이동하는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하늘에서 "우르르~"소리가 나면 "꽝!" 소리가 나기 전 들고 있던 아이스 픽켈을 멀리 집어던지면서 말입니다. 좋은 피뢰침이거든요..^^ 위험요소가 거의 없는 설원을 가로지르는 중 몰아치던 눈보라는 우박인지 쌀알 두배만한 얼음덩어리를 쏘아대구요.. 수십, 수백명의 발자국으로 고속도로처럼 뻗어있을 대피소로 향하는 흔적은 거짓말처럼 사라지더군요. 기분좋게 오르내리는 대피소 앞 오르막은 빙벽할때의 테크닉 없이는 오르지 못할만큼 단단하게 얼어버리더군요. 5 미터 앞도 분간못할 상황에 감각에 의지해 방향을 잡아 안간힘을 쓰던중 바로 눈앞에 눈보라 사이로 거짓말처럼 모습을 드러내던 반짝이던 깡통 대피소(^^)가 얼마나 눈물나게 반갑던지.. 보온병에 든 차와 간식을 아껴 먹으며 홀로 긴긴 밤을 보내는데 텐트에 두고온 먹거리들은 왜 그리 또 생각나는지... 다음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듯 햇살에 반짝이는 운해를 보여주는 산이 서운 하지는 않더군요.. 구름 가운데 탑처럼 뾰족 솟은 샤모니에서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로 순식간에 오르는 '에귀디미디'(3842m), 그 아래 어딘가 샤모니가 있겠지요.. Nikon F4s, 75-300, 후지 센시아 100
마못(Marmot)
2006-09-09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