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선생의 십자인대
40대 중반이지만 마라톤으로 단련된
그의 몸엔 군살 하나가 없다.
남자 나이 마흔넷이면 술배 밥배 똥배가
그들먹하니 거불져야 제멋이 아니더냐.
하여 탄탄한 몸매가 드러나는 쫄티를
즐겨 입는 그를 아이들은 '갑바'로 불렀다.
허나 우리의 갑바맨도 정녕 로보캅은 아니었나보다.
교회 고등부 지도교사인 그는 두 달 전 일요일 오후,
아이들과 공을 차다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되었다.
이식 수술 후 한참이 지나 목발을 뗀 지난 주 수요일,
가을 전어를 먹으러 간 단골횟집에서
내가 그에게 퉁바리를 날렸다.
"아니 형이 국가대표여 뭐여?
동국이도 아닌데 어려운 '뽈'을 왜 차고 그랴.
그저 우리 나이엔 찰 수 없는 볼 안 차고
막을 수 없는 공일랑은 아예 안 막는 법이여."
내 면박을 묵묵히 듣던 그가 한 마디 했다.
"전화위복이라고 알랑가 몰러?
나 이번에 장애인차 뽑는당게. 가스차로다가."
R2M + NOKTON 35mm + 100U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