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달 수의(壽衣)에 대한 단상
올해 공달이 들었다지. 공달이 든 달에 죽음옷을 준비하면 자식들이 좋다고 하더만. 하 참 좋다. 윤기가 자르르르 흐르면서도 눈으로만 봐도 보드라운 것이 내 몸이 편안하게 숨쉴 수 있을 것 같구만. 누구. 자식들. 모두들 자기 살 길 바빠서 목소리 듣기도 어렵지. 가끔 큰딸이나 안부를 묻지만 갸도 삶이 보드랍지 못하니 맨날 눈물바람이여. 금메 그 시절에 뭣헐라고 많이 낳았는가 몰라. 지금사 생각하면 그럴 것도 아니었는디. 시골서 도시로 나옴서 갖고 나온 것이라곤 숟가락 뿐인디. 그려도 자식들 다 시집장가 보낸것만으로 대견하긴 하지. 내가 생각해도 뭔 보짱이었나 몰라.
하 참 좋다.
나 죽으먼 갸들이 허둥지둥 안하게 해야댕게 내가 한 벌 해두긴 해야쓰겄는디 도통 얼마나 할랑가. 요새 중국서 온 것이 싸다고들 하더만 난 그렇게는 안할거여. 나 죽을 때 그려도 자식들 좋을라고 하는것인디 싼거 암꺼나 하먼 쓰간. 황금빛깔의 뼈는 못 나오더라도 살은 감쪽같이 혀야지. 임금님이 하던것은 아니어도 내몸 정갈히 싸줄 수 있는 베로 해야쓰질 않겄어. 그랑께 난 쪼오기 샛노오란 우리삼베로만 할 것이여. 뭐 자식이 해주면 좋다고 하지만서두 어디 그 것들 정신 쓸 틈이 있간디. 내 친구는 낯 간지럽게 활옷으로 하겠다고 하더니만 지난 번에 맞춰놨담서 그거 입고 그 날 밤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등만. 그리곤 야무지게 장농 위에 올려놨다더만. 그려야 오래산다고. 나. 나는 당연히 오래 살어야지. 애 아버지 몫까지 살기로 약속을 혔응게. 그렇지만 목심은 하늘 뜻 따라야제. 말만 그런 것이여.
죽는 것이 뭐 두렵겄어. 고만고만 살고 있는 자식새끼들 보태줄 것 없이 사는 것보단 나을것이여. 나랏님이 바뀌면 좀 나아질려나 해봤지만 어째 사는 것은 곤곤한지. 그나마 자식새끼들 학교 보냄서 밥 세 끼 뜨듯하게 먹고 있응께 그거라도 감지덕지 하며 살 것 아니여. 배와봤자 배운 값도 못한 세상인디 자식 못낫다 할것도 아니랑게. 다 세상 살아가는 디로 따라감시롱 사는 것이제. 그러다 보먼 좋은 날 없겄어. 죄 안 짓고 부모한테 고 정도 하먼 효도 하는 것이여.
하아 좋다. 차암 빛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