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 글을 쓰게 되면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구성하게 된다. 생각이라는것이 머리속에 담겨있는 형상은 맑은 물에 한방울 떨어뜨린 잉크가 퍼지다가 만, 그 핵을 유지한 상태의 모양을 닮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그것은 하나의 단위로 축출하기가 어려운 모양새이다. 그것과는 달리 적어놓은 글은 그 자체가 하나의 단위가 되고 그것이 단위 이기 때문에 발산하는 의미가 있다. 그 의미는 그 글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생각들)의 의미의 합이 아니다. 그것은 글자들의 조합이며 운율이고, 흐름이다. 다분히 조형적이다. 글을 적어나가는 순서대로 따져보자면 글자들이 적혀나가는 그 순간에는 그것이 바로 나의 생각과 입장인 것이 틀립없고 당연하다는 듯이 느껴지지만 글을 완성하고 나서 전체의 모양을 보고 마음에 무언가 걸리는 곳을 수정할라치면 정 반대의 의미가 필요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다.
사진은 무엇이 다른가. 사진이 무언가 담고 있다고 믿고 있는 믿음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에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만 해당하는 진실일 뿐이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화면의 구성과, 그 요소들이 지니는 의미가 구성되어서 느껴지는 조형적인 쾌 말고는 없다. 그것은 그 요소의 의미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안에 할머니가 있어서 할머니의 의미가 뿜어져 나오는게 아니라 할머니가 거기 위치해 있기 때문에 형성되는 의미가 전달되는 것이다.
모델 : 다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