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그래 이 맘 때쯤이지. 하필이면 이때가 네 아버지 제사다. 안 그러냐. 살아서도 사람들 두루두루 힘들게 하더니 죽어서도 이렇게 후덥지근한 날에 갈게 뭐냐. 그래도 그 양반 적어도 너희들 고생은 안 시키고 가서 얼마나 다행이냐. 안 그러냐. 살았으면 저기 저 가는 저 양반이랑 비슷하려나. 그래도 네 아버지는 살이 좀 붙어있었지. 저 양반은 빼삭 마른 것이 시커멓게 탄 얼굴이랑 보니 돈이 있을 망정 애처럽구나. 오늘 같은 날 걸어갈라면 땀 좀 나겠구나.
생각나냐. 네 아버지. 한 여름 땀 삐질삐질 흘릴 때 토종닭이라면서 마늘 듬뿍 넣고 푸욱 고아달라던 거 말이다. 우리 식구 머리 큰 눔 여러 명인데다 공부할라면 영양 보충해야한다면서 두 마리를 껴안고 들어서던 그 나무대문 생각나냐. 지금은 네 아버지도 그 대문으론 제삿날이나 올것인데 제사가 옯겨간 것을 알랑가 모를랑가. 사실 내가 이렇게 너 사는 곳을 찾아서 오는 것도 마땅찮다 그러실 양반이지. 어쩌냐 그래도 너희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오는게 사는 이치지.
그나저나 오늘 비가 온다더만 언제나 오실려고 이렇게 삶아대는지. 후우.
꼭 요눔의 장마가 너희들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나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답답.하.다 답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