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어느 곳에 기침 가래하며 폐결핵으로 앓아누운 것이 틀림없이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오랫동안 지나쳤던 길에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맥문동이 오늘은 눈에 들어오는 게 도대체 뭐냐 말이지 맥문동 같은 그 여자 삼베 적삼으로 겨우 살빛 감추고 고개 숙인 채, 키 낮춰 나무그늘에 숨어 지내는 그 여자, 단아한 풀이여 꽃이여 내가 그토록 헛것을 보았었나 네가 여태 본 내가 헛것이었나 깊은 손으로 우물을 길어 올려 한 모금도 새나가지 않게 제 몸에 담아 두고는 입을 앙다물어 저를 다구치는 그 여자, 강인한 뿌리여 열매여 한 해 더 희생해야 잎 두터워지고 윤택해진다는 천둥 벼락 같은 소리에 나와 같이 상처투성이의 너를 뒤뜰 한 구석에 던져 놓았더니 어느새 반듯하게 허리 펴고 있네 맥문동 같은 그 여자 - 김종제
裸 袒
2006-08-13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