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시인이라면
이 우화는 팃낫한 스님이 <반야심경>을 푸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만일 당신이 시인이라면 당신은 이 한장의 종이 안에서 구름이 흐르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은 구름이 없으면 비가 내릴 수 없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나무가 자랄 수 없고,
나무가 없으면 종이를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다.
좀더 종이를 들여다보면, 거기에서 숲을 키우는 눈부신 햇살도
느낄 수 있고, 나무꾼의 땀도 느낄 수 있고,
도끼를 들고 숲에 들어가기 전에 나무꾼이 어린 딸과 먹던 밥 그릇도 보이고,
밥을 지은 어머니의 모습도 보이고,
어린 딸이 한쪽 손에 든 숟가락에 묻은 밥알도 보이고,
그 밥그릇을 채우게 한 농부의 들판도 떠오른다.
종이 안에는 그러므로 나무꾼과 농부와 그 어머니,
무엇보다도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이 흐른다.
- 구름이 흐르는 사진을 필름에 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