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입성
여기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입니다.
약 일주일 전 카불에 도착하자마자 열시간 떨어진 시골 바미얀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한국 기독교 단체가 8월 초 카불에서 평화축제를 한다고 했다가
결국 취소가 되긴 했지만 그 여파는 대단했습니다.
문제는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에서부터 벌어졌습니다.
파키스탄 출국도장은 무사히 받았으나 아프간 입국 도장이 문제였습니다.
사무소 직원은 계속 여권을 빙빙 돌리며 시간을 벌었고
얼마 후 무섭게 생긴 경찰 두명이 오더니 심문을 시작했습니다.
종교가 뭐냐부터 시작해 카불에 들어가려는 목적 등 사사건건 시비였습니다.
한참을 설명해서 '순수 배낭여행자'임을 겨우 증명한 후 입국을 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도 어려움은 계속 됐습니다.
국경에서 도요타 코롤라를 타고 7시간 떨어진 카불에 들어가는 도중 내내 검문을 받았습니다.
운전수 말로는 한국인은 카불에 들어가자마자 체포가 되기 때문에
중국인 노동자 흉내를 내야 한다며 자꾸만 주의를 주었습니다.
간이 콩알만해지는 상황을 여러번 겪으며 천만 다행으로 카불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호텔이 문제였습니다.
한국인은 들이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는지 가는 호텔마다 방이 없다는 소리 뿐이였고
겨우 한 호텔주인을 구워삶아 침대위에 누우니 자정이 다 되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다음날 새벽에 바미얀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리고 집회예정 기일을 수일 넘긴 어제가 되어서야 카불에 다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합니다.
오늘도 카불 시내 돌아다니다가 여러번 시비가 붙을 뻔 했습니다.
하지만 '나 죽었소'하고 잠자코 다녀야겠지요.
이 사진은 파키스탄 국경에서 카불로 오는 길에 찍은 겁니다.
우리는 아프간에서 칸다하르, 가즈니와 더불어 위험하기로 소문난 잘랄라바드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가 난 것입니다.
오는 길에는 어젯밤 탈레반에 의해 파괴되어 따스한 기름냄새를 풀풀 풍기는 유조차를 지나온 터라
긴장이 많이 되었으나 수십마리가 넘는 양떼를 이끌며 지나가는 소년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자동차로 돌아왔더니 아프간 동행자가 언덕을 가리킵니다.
"저기 굴 보이냐? 저기에서 이 길을 지나가는 차들을 쏘는 거다."
"얼마전에는 사람들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다."
"타이어 고쳤으니 빨리 가자. 하하하"
그냥 같이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