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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 이건 공평해.
손을 잡고 있으니
정말 공평해.
우리의 인스트루먼트는 조금씩 수평을 이루는 거야.
그녀는 나의 목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더욱 깊숙이 자신의 얼굴을 나의 목에 묻는다.
그녀는 지금 슬프다.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것이 나의 변함없는 모습이
나를 바라보는 변함없는 자신의 모습이 지금 자신을 떠나보내려는 남자의 모습보다 슬프다고 했다.
그녀는 일본항공의 여승무원을 따라 조용히 속삭인다.
...
temperature
is
99 degrees Fahrenheit.
10년전 우리는 영국항공 2등석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너 남자친구 있니?
어... 있어!
그녀는 당당하고 자신에 찬 모습으로 말했었다.
그래? 어때 너의 남자친구는?
그때 그때 마다 달라...매우 변덕스럽지...
그녀는 무엇을 떠올리는 듯 웃어주었다.
정말?
그녀는 나의 눈을 또렷히 보며 말했다.
나의 피아노,나의 첫사랑! 나의 첫남자야~
난 그렇게 빛나는 눈을 가진 여자를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우린 비행기내에서 나눠주는 싸구려 와인치고는 제법 풀바디한 작은 기내용 레드와인을
여러병 비웠다.
비행기가 차가운 시베리아를 가로지를때
파란 담요를 서로 목까지 끌어 당길때
푸른 티타늄 빛이 창가로 스며들때
BBC월드클라식에 고정한체 벗겨진 헤드폰에서 신음하듯 새어나오던 선율들과
너의 빨개진 얼굴에 뜨거워진 살갖을 지금도 기억해
모든 잠든 비행기 안에서 입술과 빰을 깊게 어루만지던
나의 손등을
내가 갑자기 세상과 전투를 할마냥 런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가야 했을때도
내가 결혼하고 너가 조용히 파리로 학교를 옮겼을때도
너는 변함없이 나의 손등을 어루만져 주었어...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넌 나에게 많은 것을 묻지도 않았어
넌
내가 사랑하는 모습만 보고 싶다고 했지.
너와 내 자신을 위해 거짓말하지 않는 완전히 자유로운 모습의 나만을 말이야...
나
지금
너가 벡스타인과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고 있다.
너와 로얄 페스티벌 홀에서 멀직히서 그랜드 모델 D280을 보면서
내가 꼭 너에게 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그녀석 앞에 지금 눈부시는 너가 앉아 있어
뵈젠도르퍼, 스타인웨이가 싫다고
오직 사랑하는 몇사람들과만 함께할 M/P 192
'작은거인'만을 가지고 싶다던 넌
지금 널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큰 거인으로 사랑을 열어주고 있다.
아!
너의 예민한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니
저녀석 마냥 좋아라하는구나^^
그래 너앞에서는 저녀석도 한없이 초라할 뿐이야...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해 달라고 하면
넌 꼭 쇼팽을 들려줬어
넌 나에게 지금 피아노로 말한다.
넌 나에게 지금 피아노로 묻는다.
그녀를 사랑해?
어...세상 그 무엇보다...
그녀는 너를 사랑하니?
어...나보다는 아니지만...
하이퍼
너를
너를 사랑하니?
어...나를?
아! 모르겠어...
근데 넌 한번도 물은적이 없어...내가 너를 사랑하는지는 왜 안묻지?
하이퍼
사랑해
나를
나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해 하이퍼...
昊
Nocturne OP. 27 NO. 2 in D FL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