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다
안녕
내 꿈아
몽롱하게 스르르 잠이 들면 나는 천정 위를 나르며 하늘을 향해 날고픈 욕망을 허우적이지. 기억나니? 어렸을 때 말이야.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거야.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서는 운동회 날에 배구 시합이 있다는거야. 지금처럼 여러 종류의 학교를 대표할 운동 종목은 별로 없었어. 물론 베드민턴은 있었던 것 같아. 다른 학교? 다른 학교 이야기는 잘 모르지.
아무튼 아이들은 그 말에 술렁거리기 시작했어. 뭐 운동을 싫어하는 애들은 시큰둥했지만 운동을 싫어해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우쭐거리며 마치 자기가 시합에 나갈 선수로 뽑히길 기대했던 것 같아.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선생님이 좀 비민주적이었던 것 같아. 왜냐면 우리들 생각은 없이 선생님이 너! 너! 너! 했던 것 같아. 물론 체육시간에 유심히 봐두셔서 지명했겠지만 그리고 그땐 그렇게 지명해도 영광으로 알고 안 된 아이들은 속으로만 궁시렁거렸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착한 아이들이었어.
근데 어쩌면 좋아. 나도 그 선수 중에 하나였다는거지. 난 정말 말라깽이였고 운동이라곤 잘 못해서 뜀틀에서도 달려가다가 발판에 서버리거나 매틀 가운데 걸터 앉기가 쉬웠지 한 번도 시원하게 넘어 착지해 본 적이 없었거든. 어찌 되었든 우린 다른 반과의 시합을 치르기위해 방과 후 운동장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열심히 했지.
근데 말이야. 내 기억엔 내가 공을 잡고 서브를 한 기억이 없는거 있지. 대신 무슨 기억이 있는 줄 아니? 약간은 찌그러진 내 등치의 반이나 되는 누우런 알루미늄 주전자를 들고 네트 주위를 물 선을 긋던 일이 생각나. 혹시 나 선수가 아니구 물로 선을 만들던 주번이었을까.
아무튼 사진 속 녀석을 보면서 제복이 주는 상징이 자신감을 주고 무슨 꿈이든 열심히 꾸며 살 수 있는 날개가 아닌가 생각해. 기억나니? 너희들도 많은 꿈 속을 헤매며 이 꿈 저 꿈을 유영하던 생각말이야. 자라면서 그 꿈들이 조금씩 줄어들기도 하고 그 꿈이 아닌 전혀 다른 꿈을 꾸거나 아예 꿈 조차도 무의미해져버리는 경우를 많이 만나는거 말이야.
그래도 알지? 꿈이 있으니까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꾸다보면 언젠가 현실이 되고 다시 또다른 꿈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달 수 있는거 말이야.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