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 국경통과 한국 나이로 70이 다 되어 보이는 그를 파키스탄에서 인도 국경을 넘으면서 만났다. 인도 국경에서 가까운 도시 암리차르까지 가는 길은 때론 복잡한데... 실은 운이 좋으면 한 번에 가는 버스를 만날 수 있기도 하다 (다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는 길엔 그 버스를 이용했다.) 가까운 아타리 버스 정류장까지는 3km 그런데 당장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수단은 없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30도가 넘는 땡볕을 3km나 걸어가는 건 무모한 일이다. 두리번 거리는데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사이클 릭샤가 한 대 있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의 몸도 추스리기 어려울 정도의 노인이었다. 나는 망설이면서 아타리까지 갈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갈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여전히 망설였다. 그런 몸으로는 도시의 정신 없는 젊은 릭샤꾼들과의 경쟁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여기 인적드문 국경근처에 있는지도... 어쨌거나 미안해 하면서 나는 릭샤를 탈 수 밖에 없었고 내가 올라타자 무거워진 릭샤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얼마 가지 않아 그는 등이 흥건히 젖도록 땀을 흘렸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가지고 있던 생수를 권했다. 그는 한 두 번 거절하다 물을 조금 마셨다. 3km 를 타고 가는 동안 내 마음은 황망하기 이를데 없었다. 경사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조그마한 둔덕을 지날 때 릭샤를 서서히 속도가 줄었다. 나는 릭샤에서 내렸다. 그건 손님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본성이었다. 그러자 그는 당장 릭샤에 타라고 했다. 그리곤 엄숙한 표정으로 '이건 내 일이다.' 라고 내게 말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나는 10루피를 건넸다. 그는 덜덜 거리는 손으로 내 돈을 받아 쥐고 감사해 했다. p.s 올해는 사진을 좀 쉬는 중입니다. 살다보니 늘 제 뜻대로만 하기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진보다도 더 중요한 일들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대신 지난 여름 사진 한 번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내가 찍어 두고도 스스로 낯선 사진들을 발견하는 건 슬프기도 한 일입니다. 내가 이 사진들을 왜 찍었을까? 그 때 당시 나는 어떤 기분이었지? 사진속에 있는 사람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다시 한 번 사진들을 살펴보며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사진을 직접 남에게 보이는 것 만큼이나 사진을 올리기 위해 고르는 과정 속에서 사진을 보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도 즐겁고 의미있는 일입니다. 별 대단한 사진도 아닌데 말이 길었습니다. ^^
서유민
2006-08-05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