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찻집 낡은 싱크대 찬장의 한칸이 온통 茶로 가득 차 있었다. 매일 똑같은 茶를 마시지 않을 정도로 그 가짓수는 많아서, 찬장 문을 여는 순간마다 차를 고르려 내민 손끝은 고민에 빠졌다. 그 茶들을 쓰다듬다 문득 멈춘 손끝 아래 있던 그 어떤 茶도, 그 어떤 주문에도, 매번 물을 끓여주던 그녀. 막걸리 노린내같은 세월의 흉을 지니고 곱게 늙은 것도 아니요. 수십초에 화끈해져 달아오르는 새것도 아니라. 그저 적당한 때가 되면 진한 휘파람을 불어주는 농익음...
iberico j
2006-07-31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