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찻집
낡은 싱크대 찬장의 한칸이 온통 茶로 가득 차 있었다.
매일 똑같은 茶를 마시지 않을 정도로 그 가짓수는 많아서,
찬장 문을 여는 순간마다 차를 고르려 내민 손끝은 고민에 빠졌다.
그 茶들을 쓰다듬다 문득 멈춘 손끝 아래 있던 그 어떤 茶도, 그 어떤 주문에도,
매번 물을 끓여주던 그녀.
막걸리 노린내같은 세월의 흉을 지니고 곱게 늙은 것도 아니요.
수십초에 화끈해져 달아오르는 새것도 아니라.
그저 적당한 때가 되면 진한 휘파람을 불어주는 농익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