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을 위하여 내가 자전거를 타기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가을이었나봐. 어려서 세 발 자전거를 타는 오빠 뒤에는 타봤지만 나혼자서 두 발 자전거를 타보긴 그때가 처음이었어. 여자애들이 무슨 자전거냐며 아예 사주지도 않았지만 선뜻 자전거를 사달라고 말할 수 없는 그 때에 우린 50원을 주고 30분을 빌렸던 것 같아. 새 것도 아니고 지금으로 말하면 자전거대리점이 있었는데, 그땐 지금의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것이나 다름없는 호사였어. 왜냐면 돈을 아껴 과자를 사먹거나 민둥산인 흙산에 가서 흙놀이나 하고 뱀 허물에 놀라 줄달음질로 집으로 허겁지겁 돌아오던 그 때의 놀이가 고작이어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행위는 그래도 있는 티를 내는 제법 호사에 가까운 것이었어. 게다가 여자가 자전거라니. 결국 집 근 처에선 타지 못하고 도로 하나 건너에서 타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어지럽고 다리 하나 올려놓기가 무척이나 힘겨웠지. 그때 내 친구들은 나보다 키가 작아도 어찌나 잘 타든지. 내가 다리에 문제가 있거나 바보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어. 그러다가 정말로 내 돈을 내고 30분 동안 내 자전거를 갖게된 때엔 가슴이 매우 설레였던 것 같아. 이상한 것은 타보지도 않고 운전대만 잡았는데도 주위에 보이는 것은 미리 부딪힐 곳들만 눈에 띄는거야. 왜 그리 전봇대는 많고 사람들은 나만을 향해 걸어오고 달려오는지. 지금은 차가 다니기도 하지만 그땐 차가 그리 많지 않아서 길이 더욱 넓었는데도 내가 바퀴 자국을 내며 가는 곳은 늘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어. 그걸 알기라도 한 듯 친구가 뒤에서 잡아줄테니 안심하고 타보라는거야. 용기를 내서 다치면 무릎이나 까지겠지 하고 탔어. 다들 알겠지만 바람을 가르며 바퀴살을 굴리며 앞으로 가는 시원함은 통쾌 그 이상이었어. 하늘을 나는 기분이 그런 것이었을까. 순간 내가 자전거랑 하늘로 나는 느낌을 받아서 뒤에서 밀어주는 아이에게 그만 밀어 했지. 그런데도 답이 없는거야. 괜시리 그 아이도 다칠까봐 이제 그만 밀어도 갈 수 있어 했어도 여전히 조용해. 그래서 잠시 뒤를 돌아보니 글쎄 아무도 없는거 알아. 아! 그때 처음 내 힘으로 무엇인가를 해낸거야. 물론 처음엔 친구가 잡아주긴 했지만 말이지. 그 이후로 자전거는 계속 타게 되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 많은 곳에선 여전히 타지 못해. 왜냐면 초등학교 이후에 대학가서 한 번 빌려 탔는데, 흰바지 입고서 앞에서 오는 사람을 피하지 못해서 고랑으로 빠진 적이 있거든. 아! 잊은게 있다. 그렇게 첫날 잘 타긴 했는데, 그 날이었는지 다음 어느 때였는지 모르지만 전봇대를 들이 받은 적이 있어. 꽤나 멀리서 사람이 오고 있었는데 내 눈엔 금방이라도 나에게 덮칠 것 같은거야. 그 사람이 다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만 전봇대를 끌어안았다는거 아니야. 결국 왼발이 바퀴살에 들어가는 사건이 생겼는데 꽤나 많이 살갗이 벗겨졌을거야. 물론 바지는 흙범벅이 되었지. 그래도 엄마는 별 야단을 치시지 않은것 같아. 지금도 아이들은 자전거 한 대를 큰 재산으로 여기는 것 같아. 친구네 아이도 세 발 자전거때 자기동생을 자랑스럽게 태우고 가면서 자랑하는가 하면 두 발 자전거가 곧 생긴다며 좋아하고 산책길에도 꼭 들고 나와 시범을 보이고 의기양양하거든. 녀석도 그래보이지 않아. 아.그러고보니 내 자전거는 없었네. 내 것이 없었어도 행복했던 시절이었지. 기억나?
알섬
2006-07-28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