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닫았던가 출입문은 잠그고 나왔던가 계단을 내려오면서 자꾸만 미심쩍다 다시 올라가 보면 번번이 잘 닫고 잠가놓은 것을 퇴근길 괜한 헛걸음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도 미심쩍은 계단을 그냥 내려왔다 누구는 마스크 쓴 채 깜박 잊고 가래침도 뱉는다지만 나는 그런 축에 낄 위인도 못 된다 혼자 남은 주막에서 술값을 치르다가 다시 미심쩍다 창문을 닫은 기억이 없다 출입문 잠근 기억이 전혀 없다 전기코드도 꽂아둔 채 그냥 나온 것 같다 다들 가고 없지만 누구와도 헤어진 기억이 없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보통 일이냐 매일같이 닫고 잠그고 꽂고 뽑는 것이 보통 일이냐, 그래, 보통 일이다 헤어진 기억도 없이 보고 싶은 사람 오래오래 못 만나고 사는 것도 보통 일이다 망할 것들이 안 망하는 것쯤은 열어놓고 꽂아놓고 사는 것쯤은 얼마든지 보통 일이다 닫고잠그고가고보고싶고 다 보통 일이다 술기운만 믿고 그냥 집으로 간다 집에서도 다시 닫고잠그고뽑고마시고끄고그리고 깜박깜박 그대 보고 싶다 건망증 - 정양 (詩人)
거산
2006-07-27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