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닫았던가
출입문은 잠그고 나왔던가
계단을 내려오면서 자꾸만 미심쩍다
다시 올라가 보면 번번이
잘 닫고 잠가놓은 것을
퇴근길 괜한 헛걸음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도 미심쩍은 계단을
그냥 내려왔다 누구는
마스크 쓴 채 깜박 잊고
가래침도 뱉는다지만 나는
그런 축에 낄 위인도 못 된다
혼자 남은 주막에서
술값을 치르다가 다시 미심쩍다
창문을 닫은 기억이 없다
출입문 잠근 기억이 전혀 없다
전기코드도 꽂아둔 채
그냥 나온 것 같다
다들 가고 없지만 누구와도
헤어진 기억이 없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보통 일이냐
매일같이 닫고 잠그고 꽂고 뽑는 것이
보통 일이냐, 그래, 보통 일이다
헤어진 기억도 없이
보고 싶은 사람 오래오래
못 만나고 사는 것도 보통 일이다
망할 것들이 안 망하는 것쯤은
열어놓고 꽂아놓고 사는 것쯤은
얼마든지 보통 일이다
닫고잠그고가고보고싶고
다 보통 일이다 술기운만 믿고
그냥 집으로 간다 집에서도 다시
닫고잠그고뽑고마시고끄고그리고
깜박깜박 그대 보고 싶다
건망증 - 정양 (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