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레이소다 사람들......덕헌형님 : 아버™
아버™
http://www.raysoda.com/badak
해운대 신시가지 '꿈을 찍는 사진관'의 주인 아저씨.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그저 동네 사진관 아저씨라는 의미보다 정말 꿈을 담는 사진사가
그라는 것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의미로 느껴진다.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의 뭉개진 귀를 보면,
굳은살 하나 박이지 않은
말간 내 두 손바닥이 부끄러워진다
높은 곳을 향해 뻗어가는 벽 위의 덩굴손처럼
내 손은 지상의 흙 한번 제대로 움켜쥔 일 없이
스쳐 지나가는 헛된 바람만 부여잡았으니,
꼬리 잘린 도마뱀처럼
바닥을 짚고 이리저리 필사적으로 기어다니는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의 비애를
나는 알지 못한다
고단한 청춘의 매트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머리에 깔려 뭉개져버린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의 슬픈 두 귀를 보면,
멀쩡한 두 귀를 달고도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평형감각 없이 흔들리는
내 어리석은 마음이 측은하고
내 것 아닌 절망에 귀 기울여본 적 없는
잘 생긴 내 두 귀가 서글퍼진다
삶은 쉴 새 없이 태클을 걸어오고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의 몸은 통나무 같아
쓰러지고 구르는 것이 그의 이력이지만,
지구를 끌어안듯 그는
온몸을 바닥에 밀착시키며
두 팔을 벌려 몸의 중심을 잡는다
들린 몸의 검은 눈동자는
수준기(水準器)유리관 속
알코올과 섞인 둥근 기포처럼
수평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의 두 귀는
세월의 문짝에 매달려 거친 바람 소리를 듣는,
닫힌 내일의 문을 두드리는 마음의 문고리다
박후기「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실천문학사
내가 생각하기에,
그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꿈은 사실 이 시에서 화자가 레슬링 선수에게 느끼는
감정과 같은 것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의 사진은 점점 진화했다. 부산역에서
만난 노숙자들의 고단한 삶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남긴 사진들이나, 전라도사람
시리즈로 대표되는 사진으로 읽는 근대사 같은 사진까지.
해운대, ㅂ ㅏ닥이라는 필명에서 오늘의 아버™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바뀌던 닉네임처럼
그의 사진도 이처럼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가 담고 있는 것이
'꿈'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소개한 시처럼 '내일의 문고리를 두드리는 마음의 문고리'로의 그의 사진을 나는 늘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