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레이트에 대한 생각
(그림 : 볼펜과 연필로 스케치 후 컷아웃 적용
원작은 렘브란트의 작품
여기서는 텀블랜트의 훽 댓 쉿이라고 변형;;)
내 미천한 주제를 넘어서서 왈가왈부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많은 딜레탕트들은 포트레이트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시도
에 근접해 있다.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즉 객관적 기준으로써
채점되어 고득점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을 피사체로 지정함으로
소재의 선택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포트레이트라고 한정
짓는 시도가 그 것이다.
예전에 어느 재즈 보컬리스트를 촬영한 사진이 잡지에 실린 적이
있었다. 분명 의사가 보았으면 고도비만이라고 했을 법한 몸매에
나이도 그리 적지않은, 그런 여인이었다. 그러나 사진 속의 그녀
는 정말 멋졌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사진 속에 그녀가 무엇을
사랑하는 여인인지, 삶의 태도는 낙천적인지 비관적인지, 성격은
어떤 편일지...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단서들이 사진 곳곳에 뿌려
진 사진이었다.
또 한번은 보도사진가들의 포트레이트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들
의 사진이 객관성을 우선해야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객관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피사체를 표현하기에 정말 적합한
그러한 단서들을 뿌려두는 것을 잊지 않았던 사진이었다.
딜레탕티즘의 맹점은 인터넷 사진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못난 사람이 내뿜는 아름다움에 대한 단서를 사
람들은 찾아보려하지 않는다. 같은 구도와 비슷한 느낌의 사진일
지라도 일단은 피사체로서 담겨진 여인 혹은 남성이 아름다워야
인기가 높아진다는 인식, 이 때문에 포트레이트가 가진 본질 중
하나일 "이미지를 통한 피사체 자체의 전달"이 점점 잊혀지는 듯
하다.
딜레탕트는 예술의 향락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어야 긍정적으로
남을 수 있다. 그 이상이 되거나 이하가 되면 주제넘은 초보자로
남거나 아예 무지한 자로 전락한다. 즐기려면 본질의 접근이 주가
되어야 한다. 포트레이트의 본질은, 주제넘은 초보자중의 초보자
인 내가 보기에는 주관적 관점으로 바라본 한 인물의 표현이고,
그런 의미에서 언제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간
직하는 사람들의 사진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이 아닌가 싶다.
좋은 포트레이트를 위해서는 객관적 미인이 필요하다는 말이
그리 와닿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