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을 위하여 길다란 지하철에서 나와 다른 세상을 향하는 곳엔 다리가 있다 그 다리는 곧 철길인데 그 철길 주위엔 딱 하나의 구멍가게가 있고 그 안에선 혼자 패를 띄우는 아줌마의 한숨 소리가 있고 먼지낀 창틀을 열기 전엔 장승처럼 무뚝뚝한 주인 혹은 모르는 아저씨가 런닝 차림으로 장기판에 머리를 숙이고 있거나 훈수를 두는 서있는 남자 한둘과 긴의자를 나눠앉아 열심히 장이야를 외치는 남자 둘이 있다. 그 길에 잠시 서서 하늘을 보면 하늘보다 낡은 건물들과 오래되어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집의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쿨이 창문에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눈을 내려 바닥을 보면 붉게 물들어진 라면 봉지와 아이스크림 막대기들이 때를 타고 돌아다니고 그 위를 아이들이 달린다 사람들은 아이들의 달리는 소리에 한번쯤 고개를 돌리지만 이내 자신들의 일에 빠지고 다른 세상에서 온 이방인은 아이들 소리를 따라 다니던 자전거바퀴소리가 멈추는 곳에서 두 아이를 만난다 자전거를 멈추고 야구복을 입은 아이와 별 표정없이 벽에 기대선 두 아이는 내 어릴 적 기억을 불러오고 그 시간 속에 아이들은 잠시 자리를 이동한다 살픗 웃는 이방인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우린 친구예요를 말하는 몸짓이란 얼마나 천연덕스러운가 그럼에도 아이의 자전거에선 굴렁쇠 굴리는 소리가 흙냄새를 풍기고 야구복을 입은 아이에게선 스카웃보이의 모습이 떠온다 순간 이방인과 두 아이는 하나 시간 속에 있고 순간은 영원처럼 멍하니 묵은 내와 함께 정지화면을 설정한다 이방인이여 그대 모르는 담벼락에 기대어 서서 눈을 감아보라 시간여행을 떠나보라 분명 골목이 보이고 자전거와 굴렁쇠가 만나고 야구복과 스카웃제복이 만나는 것을 보게 되리라 * 남정초등학교 2학년 1반 21번 곽성준(좌)과 김우진(우) / 2006.4.19
알섬
2006-07-22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