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없다 인간은 고통을 느끼지만, 고통이 없다는 것은 느끼지 못한다. 또 걱정은 하지만 걱정이 없다는 것은 못 느낀다 두려움은 느끼지만 안전은 못 느끼며 갈증이나 욕망이나 희망은 느끼지만 그것을 손에 쥐게 되면 금세 흥미를 잃는다. 심한 갈증으로 허겁지겁 물을 마신 후에 남은 물은 버리는 것처럼 욕망도 충족되면 손에서 놓는다 인생에서 중요한 세 가지 선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과 젊음과 자유조차도 그것을 누리고 있는 동안 있는 동안에는 전혀 늘 낄 수 없다. 아프지 않은데 병원에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젊음은 너무 당연한 얘기고 자유로울 때는 자유 그 자체가 없다. 그러나 범죄로 파출소 철장에 들어가는 순간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즉시 느끼게 된다. 인간은 행복할 때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불행해져야 그때가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내게 현재의 행복이란 없고, 행복은 과거의 기억으로만 존재한다는 얘기다. 향락과 쾌락에 대한 실감도 그것이 강할 수록 감퇴되며 습관이 되면 없는 것과 똑같아진다.그러다가 쾌락의 습관조차 끝나면 괴로움만 남게 된다. 권태는 시간을 느리게 만들고, 쾌락은 시간 관념조차 없애버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가 있다. 물이 나를 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극단의 갈증이 필요한 것처럼 고통스러운 병고는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늙었다는 것은 젊음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극단의 구속은 자유의 소중함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그토록 싫어하고 피해왔던 불행들이란 행복을 느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죽음 직전에 살아나야만 삶의 기쁨을 가장 크게 맛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모든 불행과 고통을 어찌 마다할 수가 있겠는가. - 쇼펜하우어 에세이 <사랑은 없다>중에서
Luft
2006-07-11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