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이이야기
개들은 빨리 늙는다...
일년 반 전,
녀석은 우리집에 왔다. 갓 배가 떨어져서 아장아장 걷던 녀석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어린 나이에도 큰 것, 작은 것은 모두 가리며
평소 개를 싫어하는 할머니의 사랑까지 독차지했던 녀석.
풍산개라는 '살벌한' 종류임에도 어린 시절 파보에 걸려 사경을
헤메던 녀석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완치판정을 받았을 때,
식구들은 모두 환호하며 기뻐했다. 어엿한 한 식구로써 인정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어느새 녀석의 나이도 두 살.
이제 어린 시절의 귀여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지만 여전히 녀석은
우리집의 막내로 귀염을 받으며 크고 있다.
..하지만, 요즘 녀석의 엽기적인 행각을 보면 -.-;;
쥐잡기부터 참새잡기까지...혹시 녀석은 고양이의 피도
섞인게 아닐까...
..어찌되었건 아마도 나는 녀석보다 오래 살 것이다.
녀석을 생각하면..그 현실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
집에 돌아오는 내 발자국 소리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담 밖을 내다보는 녀석,
녀석을 난 정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