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 3
이력서 한 장에 다 채워지지 않아
제대로 쓰려면 두 장은 넘어가는 나에게
파주 땅부자 아저씨
학교 자랑 하신다
이름도 모를 그 학교를 아냐고 물으시면서
내 학교여 내 학교여
나는 안다
그 학교의 땅이 아저씨거였었다는 것을
반쪽 나라에서 백년지대계는 정녕 무엇인가
학교는 많으나 교육은 오리무중인 반쪽 나라에서
나는 화랑이 되기 싫다
기꺼이 임전유퇴다
사는게 다 그렇지뭐
술 한 잔을 더할수록 세상이 아름다운 반쪽나라
좋은 나라 우리나라에서
난 이제 학력도 경력도 없는 달랑 한 장의 이력서를 내고 있다
내 학교여 내 학교여
학교를 단념한 내 의지에 뜨건 소주 한 잔 따라 주신다
달디단 말들보다 더 달짝지근한 소주병 속에
시금털털한 익은 김치보다 마흔의 삶이 지독히 발효되었나
사는 게 다 그렇지뭐
이 아름다운 '비(非)'군들의 나라에서 '비(肥)'군들의 호위 속에서 '비(悲)'군이 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