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동 (29. 파리를 잡다.)
노인네들 담배 냄새 자욱 배인
쇠락한 빌라의 경비실 속,
아이는 그렇게 계속 혼자서 파리채만 휘두르고 있었다.
얼마 전 옆집에 살던 동네 형이 이사를 갔다.
30여 년 넘게 정붙이고 살아온 동네를 떠나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이젠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닐 때가 되었다.
번듯하게 잘 차려놓은 시내의 유치원에선
아이 하나 때문에 이 동네까지 차량운행을 하기 어렵다고 하기 때문이다.
다닥다닥하지만 회색의 깔끔한 아파트가
올라오기도 힘든 언덕 꼭대기의 허름한 집보다는
부모들 입장에서도 아이들 입장에서도 낫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