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동 (28. 외인 빌라촌)
평상 시에는 노란 머리, 파란 눈동자의 아이들이 득실대던 곳이
비가 와서 그런지 까만 머리, 까만 눈동자의 아이들만 놀고 있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열에 여덟은 미국사람들이고
그러다보니 나같은 성인 한국 남성이 이 근처에 출몰하면
잔뜩 눈에 힘을 주고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곤 한다.
가끔씩은 인터폰 연락에 화끈 달아오른 나이든 경비 아저씨가 나를 멀리 내쫓곤 한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저지를 사람처럼 보는 그들의 시선에 울분이 치솟을 때가 많다.
내 나라, 내 고향땅에서는 이런 곳을 돌아다니지도 사진을 맘놓고 찍지도 못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