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
참 오랫만에
님의 얼굴 뵈었습니다
머얼리 안산에서 낡은 tv를 안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꾸벅꾸벅 아름다히 꿈도 꾸며 왔지만 안고온 것은 굵은 전기밧줄이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tv는 집에 있고
급한 것이 전기줄을 얇은 것으로 갈아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다섯 어르신 댁을 방문합니다
모두들 전화없이 기다리다 느닷없이 맞이합니다
내 허리가 아프니 고기 좀 떠다가 함께 구워먹고 가라시고
그 좁은 방에서 뭐 그리 나올 것이 많은지
순서없이 봉지들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비비빅, 돼지바, 박카스, 맥주, 볶은 돼지찌개, 삶은 두부와 익은 김치, 고장난 밥솥에 했다는 하이얀 밥,
요구르트, 참외, 셀 수 없이 방 안 가득 먹거리를 쏟아놓고 머리카락보다도 하이얀 웃음을 아이처럼 내보입니다.
흰색을 썼으니 이번엔 빨간 색을 쓰라며 색깔까지 생각해보는 청년, 어느 한 곳에서만 얻어먹을 수 없다며
뿌리치고온 할머니의 손을 잊지 못합니다.
구십도로 굽어 지팡이를 짚어야하는 할머니 40년 내내 진통제로 살아 위까지 아프십니다.
머리가 핑그르르 돌아버려 어디 멀리 못 나가시는 할머니 걱정이 제일 큽니다
골목 어귀에 차 소리가 나자 벌떡 일어나 반가이 맞이하시는 할머니
선풍기가 있지만 춥다며 겨울처럼 창문을 꼭 닫아놓으신 할머니
인진쑥 냄새가 가득한 방 안에서 런닝 바람으로 반가이 맞아주시는 할아버지
아버지처럼 어깨동무를 하고 찍는 청년의 눈가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끝내 울음을 보이는 할머니를 뒤로 해오면서 다음엔 돌아가며 잔치를 벌이자 합니다.
여러 어르신이었다가 뿔뿔히 사시는 곳을 옮기시는 바람에 마음만 있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심부름의 끝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비를 안주삼아
삶을 이야기합니다. 다 비슷비슷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입다짐을 합니다.
참 아름다운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돕기위해 모인 참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