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여름
한련화가 피어있는 인사동 거리
마음 속에는 비가 내리고
머리 속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있었으나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여름 한 가운데로 걸어들어갔다
추억과 관련있는 것들은
모두들 굳어버린 표정으로
납작하게 긴 그림자로 누워있었다
한번도 너와 함께 걸은 적이 없는 거리
나는 이번 여름도 이곳에 너와 함께 오지 못하였다
한련화는 홀로 여름을 키우고
나는 구름가득한 머리를 들고
후덥지근한 바람 속을 거닐었다
발길잦은 거리라
어딘가에
너 역시 나 모르게
추억의 그림자를 드리웠으련만
같이 걸은 적 없는 거리는
언제나 초행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