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현(朴基賢) 묘역번호: 1-08 생 애: 1966.02.08 ~ 1980.05.20 성 별: 남 출 생 지: 광주 사망원인: 타박사 사망장소: 동구 대의동 시민관 부근 기 타: 학생(동신중 3학년) 유 족: 박동연(부) 기현이는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날 집을 나갔다... 마음이 들쭉날쭉 좀이 쑤시던 기현이도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집에만 있으라고 하시니 괜히 심술이 나기도 했다. 아버지가 끓여준 라면을 먹으면서 국물이 너무 많다는 둥 투정을 부리던 그는 결국 책을 사와야 한다면서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그런데 계림동 책방에서 책을 한 권 사 가지고 나오는 순간 일은 일어나고 말았다. 계엄군 두엇이 막 자전거를 타려는 어린 기현이를 낚아 채 끌었다. “왜 그러세요? 저는 중학생이에요. 동신중학교 3학년이에요. 왜 그러세요?” “너,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데모꾼들 연락해주고 다니지? 너 연락병이지?” 소용없는 항변이었다. 육중한 진압봉이 기현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야윈 몸의 기현이는 바람에 날리는 가랑잎처럼 스르르 쓰러졌다. 이미 쓰러진 아이에게까지 계엄군의 방망이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끌고 가버렸다... 다음날, 큰집과 작은집 식구 할 것 없이 새벽 같이 기현이를 찾아 나섰다. “기현이 같은데, 전대병원으로 들쳐 업고 들어가더라”는 말을 듣고 어머니는 전대병원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얼굴만 천으로 가려진 기현이의 교복바지가 보였다. 기현이의 시체 위에는 ‘박기―’라고 쓰인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소진되어가는 마지막 숨을 다해 기현이가 알려준 자신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기현이는 1학년 때부터 우등생들이 받는 금배지를 한 번도 내주지 않고 줄곧 가슴에 달고 다녔다. 상장을 불태울 때 다른 유족들이 ‘아까운 아이가 갔다’면서 안타까워했을 만큼 기현이는 재능이 많았다. 기현이의 소식을 듣고, 기현이 2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을 정도로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5․18 민중항쟁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 中에서 http://www.raysoda.com/hyunreen
현린[玄潾]
2006-06-24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