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맹인들은 손끝으로 세상을 독해한다. 맹인들에겐 손이 눈이다.
대부분 손으로 돈벌이를 한다. 국민을 안마해 주고 산다.
손이 밥줄이다. 어느날 헌재가 그 밥줄을 잘라버렸다.
앞이 보이지도 않는 불편 마다않고 대구백화점 앞으로 시위하러 나온
맹인들 얼굴 위로 브레히트의 시가 생각났다. 대한민국에는 헌재가 문제다.
이헌재도 문제고 판사헌재도 문제다. 눈치 안 보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밥줄을 쥐고 있는 것이 문제다.
타인의 생살여탈권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 민주적인 판사
- 브레히트
미합중국의 시민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심사하는 로스앤젤레스의 판사 앞에
이탈리아의 식당주인도 왔다. 진지하게 준비해 왔지만
유감스럽게도 새 언어를 모르는 장애 때문에 시험에서
보칙 제 8조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고
머뭇거리다가 1492년이라고 대답했다.
시민권 신청자에게는 국어에 대한 지식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의 신청은 각하되었다.
3개월 뒤에 더 공부를 해 가지고 다시 왔으나
물론 새 언어를 모르는 장애는 여전했다.
이번에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누구였는가 하는
질문이 주어졌는데, 큰소리로 상냥하게 나온 그의 대답은
1492년이었다. 다시 각하되어
세 번째로 다시 왔을 때, 대통령은 몇 년마다 뽑느냐는
세 번째 질문에 대하여 그는
또 1492년이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판사도 그가 마음에 들었고 그가 새 언어를
배울 수 없음을 알아 차렸다. 그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회해본 결과 노동을 하면서 어렵게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네 번째로 나타났을 때 판사는 그에게
언제 아메리카가 발견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리하여 1492년이라는 그의 정확한 대답을 근거로 하여
그는 마침내 시민권을 획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