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잔상
단어가 기억날듯 기억날듯 기억나지 않는다
서랍장을 뒤집듯 뇌 속의 언어함들을 다 뒤집는다
어마도 어딘가 이 잡동사니 속에 있으리라
주저앉는다
나는 끝내 그 단어를 찾지 못한다
한때는 소중해서 아끼고 아끼던
그 이름을 나는 어쩌면 영영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벽에 손가락으로 그 이름을 썼었다
아마도...
약해진 기억은 희미한 잔상만 남긴채
그 이름을 숨긴다
손가락을 벽에 대면 그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
희미한 잔상이 상처처럼 아프다
아마도 벽은 그 이름을 삼켜버렸는지도 모른다
불빛이 비친 자리
나는 이름을 찾았던 기억마저 봉인하고
다시 길을 떠나기로 했다
어쩌면 그 이름의 별명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앉아있던 나를 세우며 나는 낯설게 되묻는다
아마도... 사랑...
* 코엑스에서 6월 중순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