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
시력약화로 군대를 면제받고 대학 졸업 후 입사해서 20년 차
꼬박 충성하고 났더니 명예 퇴직이란다
그나마 동기들보다 먼저 사회생활해서 엘리트 소리 들으며 잘 지내왔고
그 무섭던 IMF때에도 살아남았었는데 명예 퇴직 하란다
말로만 듣던 헤드헌터에게서 새로운 직장을 얻고 팀원을 보니
모두가 몸을 맡겼더라
그래도 지금은 빈 속에 소주를 털어넣고 고갈비를 뜯는다
시다 못해 쓰디쓴 김치쪼가리 아삭이던 그 시절은 벗어났다만 여전히
비원 담벼락에 등을 기댄 채 약해빠진 소주를 들이붓는다
시대는 여전히 돈을 달라하고 나는 여전히 돈돈돈 돌림노래를 한다
덤으로 얻은 직장으로 알고 고분고분 살아볼란다
덤으로 얻은 직장으로 알고 말이다
내 나이 마흔 넷, 겨우 마흔 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