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다
발갛던 기와가 세월과 함께 눅눅함에 젖었습니다
머얼리 사람들의 집은 마치 우리내 삶을 이야기해주듯 얼기설기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사는게 저리도 오밀조밀한데 그 속에 사람들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낮게 뜬 달을 손가락으로 놀리며
어둑해지는 저녁이면 어김없이 저 속으로 숨어들 사람들을 생각해봅니다
더군다나 오늘처럼 어슴프레한 날에 빨래는 바람조차 무색하게 축축합니다
차라리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준다면 다시 빨아 햇볕 쨍쨍 날 때 바람이 치고 가도록 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루가 저 빨래와 같아 가슴이 타악 막혀옵니다
어찌보면 하루 인생입니다만
오늘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귓가에 맴돌지만 습관처럼 입에서만 놀아나고
그리움에 스치면서 다시 고개를 돌리는 인정있는 사람은 그리 없는 듯 합니다
종점행 막차를 타는 사람들의 구두굽 소리처럼 하늘이 바빠집니다
마치 소나기라도 내릴 태세입니다
이제 그만 숨어들어야겠습니다
눅눅하고 매캐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시간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