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추억이라는 것, 그것이 그늘 같은 것이라면 좋겠다. 길을 가다 무성한
줄기와 잎을 드리운 나무를 만나면 그 아래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추억이라는 것, 바로 그런 그늘 같은 것이라면
좋겠다.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다시는 현실에서 재연될 수 없는 까닭이
아닌가. 내 나이를 헤아려 볼 때가 있다. 혹시 길을 잘못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으로. 혹은 애초에 소망한 것들이 하나도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으로. 뜻을 세우고 살아야 할 세월을
훨씬 지나쳐 왔지만 뜻은 커녕 하루하루 숨쉬기에도 급급한 나날들......
추억이라는 것, 그것이 불빛 같은 것이라면 좋겠다. 그래서 밤기차를 타고
멀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안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은 희망의 환상을 갖고, 나이 든 사람은 추억의 환상을 갖는다지만
그 추억으로 인해 내 삶이 따뜻해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길을
택하겠다. 깜깜한 밤을 작은 불빛 하나로 지새우다 보면 어김없이 새벽은
밝아올 테니까.
. . . 이정하
- You are the reason I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