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내내 자전거를 타고 등교 했었다.
걷고 버스를 기다리며 낭비하는 시간이 싫어 자전거를 탔다.
마침 학교까지의 거리도 딱 자전거를 탈만한 거리였다,
걷기엔 멀고 버스타기엔 가까운 그 거리.
처음엔 필요에 의해 타게 된 자전거였지만
차츰 그 두 바퀴 달린 탈것이 그렇게도 좋아졌더랬다.
남들은 자전거를 좀처럼 타지 않을 나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틈틈히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는 조용한 호수의 배같은 진행성을 가졌다.
덜덜 거리지도, 소음을 크게 내지도 않는다.
미끄러지듯이 자신이 속한 풍경을 내지른다.
그러면서도 자전거는 스치는 풍경을 배려할 속도를 가졌다.
너무 천천히 가기엔 많은 걸 보기 어렵고,
빠르게 가면 놓쳐버리는 것이 너무 많은 그 애매한 속도.
그 사이에서 자전거는 신기하게도
그 스스로가 가진 정숙함과 부드러움에 걸맞는 속도를 지녔다.
거기에 자전거를 타던 시절에 대한 무자극적 향수와
인간의 힘에 의한 열정 몇 방울이 더해질 때,
자전거는 풍경을 보는 자의 더없을 도구이자 친구가 되어준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눈길이 간다.
자전거를 탄 사람,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걸어간 그 사람이 지나갈 때.
반포, Sep 2005.
RVP / Fuji TX-1 / Fujinon 4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