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2개월 #5
회색기동복의 추억, 떠나는 자와 남는 자
처음 전경으로 차출되고 회색기동복을 지급받았다. 그당시 시위현장에서 흔히보이던 전경의 이미지인 회색기동복
지급받은 기동복은 참 볼품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자대에 가니 고참의 회색기동복은 틀려보였다.
많이 다려서인지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부드러운 재질과 칼같이 잡힌 주름, 바지 두벌을 붙여 통바지를 만들어 고참과 신참의 구분을 확실하게 느낄수있었다. 지금생각해보면 다 부질없는것 같지만 그당시엔 나도 언젠간 저 통바지를 물려입을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했었던 시절이다.
그리고 포돌이복이라는 검은색 타격대복도 따로있었는데 타격대만이 입을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딱 출동대기 타격대 인원만큼만 보급되었는지
포돌이복도 신참에겐 돌아갈 여분이 없었다. 그나마 한벌씩 보급된 그대로라 몇몇 짬밥이 안되는 고참들은 자기몸에 맞지도 않은 포돌이복을 입은 모습은 약간 우습기도 했다.
그리고 자대생활 몇개월이 지나자 새로운 짙은곤색 신형기동복이 보급이 되었다. 몇몇 고참들은 고참들만의 특권이던 통바지 회색기동복을 더이상 입을수없다는것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고 신참들은 좀더 괜찮아보이는 곤색 신형기동복을 맘에 들어하기도했다.
나는 내 아버지기수가 입고있던 회색 통바지 기동복을 이제 물려받을수 없다는것에 대해 많이 서운했다.
신형기동복으로 바뀌고부터는 통바지도 되물림도 없어졌다.
막내시절 한참 정신없을때 머리가 덥수룩해 민간인처럼 보이던 고참이 있었다. 자대배치받으니 1주일 남았다고 모든일에서 열외한 상태였다.
한날은 제대하기 몇일 안남기고 열외했지만 내무반 막내인 나와 야간근무를 들어갔다. 마치 동내 형처럼 편하게 대해줘서 다른 고참들하고 틀리게 편하게 근무를 설수있었던것같다. 그당시는 상상도 할수없던 고참과 농담도 하고 근무시간에 웃을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근무가 끝나고 편하게 잘려고했지만 고참은 나를 잡고 이것저것 얘기하고싶었던게 많았는지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일과 어떻게 내무생활을 해야한다던지.. 하루가 1분처럼 짧고 항상 피곤할때라 그 1시간은 나에게 무척 길었던지 그만 하품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웃으면서 얘기를 해주었던 그 고참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회색기동복을 입던 막내시절 전역하는 고참과 기념촬영
2000-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