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기억너머의 회상 태어나서 부터 벙어리로 식구는 많고 찢어지게 가난했던 집안에서 그 눈치밥을 먹으며 살아야 했던 내 어머니는, 30년 넘도록 시장바닥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했다. 부식가게의 버려진 배춧잎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으며, 온갖 짐을 싸던 노끈조차도 몇달동안 줏어 모아 희안하게 십원짜리 몇장의 돈으로 바꾸어 오셨다. 일원짜리 몇장으로 당신 입에 기름진 음식먹는일을 세상에 무엇보다도 사치스러운 일로 생각하시면서도, 몇달에 한번 정도 장날이면 10원이나 하는 자장면을 시켜주시고는 연거푸 엽차 몇잔을 들이키시고는 장을 보러 가시곤 했다. 그렇게 죽으라 기를 쓰고 모은돈으로 마침내 골목길 제일 안쪽에 위치한 허름한 스레트 집을 장만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허름하고 딱 무너질것 같은 집으로 짐을 옮기고 내 이름으로 된 문패를 단 첫날밤, 어머니는 내가 깰세라 눈치를 보시며, 잠도 못이룬 기쁨의 흐느낌을 울고 계셨다. 그 후 몇주후 동사무소 직원이 집을 다녀간 뒤, 어머니는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터질듯이 내질러 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처음 본다. 버럭 겁이 나기 시작했지만, 어머니께 다가가 손에 쥐고 계신 종이를 보았다. "최종 경고장, xx동 xx번지~ xxx번지 지역은 xx일 부로 정부 귀속 개발지역으로 지정되었음을 수차례 경고하였으므로 xx일부터 강제철거공사가 시작됨을 알려드립니다. 주민 보상에 대한 처리는 정부산하의 기관에서 작년 말에 끝났으며, 이에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xx동사무소" 어린 나이였지만, 어머니와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일주일 후 그 불쌍하고 가엾은 생을 뒤로하고 돌아가셨다. -글/사진: 김종민- *글쓰는 것을 좋아해 손 가는대로 글을 써서 덧대봅니다. 실담은 아니구요, 허구의 상상에 의해 쓰여진 글입니다. 위의 집은 김해의 어느 골목길중 폐가가 된 집 입니다.
행복사진관
2006-06-05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