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이되어...
고목이 되어
박경준
그대처럼 당차고도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데
그 누구도 날개를 달아주지 않는구나.
천공(天空)의 호수에 사는 그대가
무척이나 부러워 다가서려 하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하는구나.
내 마음은 벌써 당신 곁에 있는데...
생기 없는 초원에 네 손길 닿으면
새롭게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걸까?
바람결에 묻어나는 그대 온기가
고목의 눈을 뜨게 할 수는 있을까?
혈류가 굳어져 가고 있음은
생명의 빛이 꺼져 감을 의미하지만
그리 슬퍼하거나 위로하지 마세요.
나에겐 오히려 축복이랍니다.
속세에 대한 고단함을 잊고서
당신 곁으로 가는 거룩한 의식이기에
선뜻 미련을 버릴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 이렇게 고목이 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