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이되어... 고목이 되어 박경준 그대처럼 당차고도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데 그 누구도 날개를 달아주지 않는구나. 천공(天空)의 호수에 사는 그대가 무척이나 부러워 다가서려 하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하는구나. 내 마음은 벌써 당신 곁에 있는데... 생기 없는 초원에 네 손길 닿으면 새롭게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걸까? 바람결에 묻어나는 그대 온기가 고목의 눈을 뜨게 할 수는 있을까? 혈류가 굳어져 가고 있음은 생명의 빛이 꺼져 감을 의미하지만 그리 슬퍼하거나 위로하지 마세요. 나에겐 오히려 축복이랍니다. 속세에 대한 고단함을 잊고서 당신 곁으로 가는 거룩한 의식이기에 선뜻 미련을 버릴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 이렇게 고목이 됨을 알립니다.
무자비
2003-09-17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