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다
Photo By Skyraider
조백기 - 법학박사, 천주교 인권위원회 활동가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부터 딱 10년전이다.
1996년, 뒤늦게 들어간 대학에서 어리버리 적응못하고 있을 무렵, 제대하고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나와 같은 수업을 듣는 선배였다.
91학번과 96학번.
사실 상당히 어려워할 간극이 존재했지만 나이는 오히려 내가 많은 불합리(?)한 상황은 서로에게 더더욱 가까워지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 그는 우리 과의 학과조교가 되었고 그 날이후, 싫든 좋든 매일 만나면서 서서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는 우리 학교 친구들의 반응의 대부분은 '놀랍다.'라는 것이다. 점잖고 우직한 인상만큼 실제
그러한 성격이었던 그가 현장에서 가장 앞장서는 활동가가 되었다는 사실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강사로
지내는 동안 학교에서 그의 수업을 들은 후배들의 반응은 우리와 사뭇 달랐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그의 저서 '귄리를 위한 투쟁'에서 '권리 위에 잠 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후배들은 그가 수업시간에 말하는 이 귀절을 들으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는 세상이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를 이미 만났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참여는 이미 지난 3월 15일, 경찰의 대추리 1차 침탈때, 유일하게 구속된 두 명의 활동가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참으로
고약하게 시작되었다. 법을 전공한 법학도로써, 잠시나마 학교에서 법학도들에게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보호받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역설하던 그에게 그 상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또한, 부조리하게 자행되는 공권력의 투입의 반대편에서 이 땅의 인권활동가들이 겪게되어 있는 일종의 통과의례였을지도 모른다.
이제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잊은 줄 알았던 법학도로써의 자긍심을 찾는다.
또한, 그가..그리고 그들이 부르짖는 권리가 다름아닌 우리의 권리라는 것을 '잠자는 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졌다.
"....법의 목적은 평화며 그것을 위한 수단은 투쟁이다.
그런데 법이 불법에 의해서 공격을 받는 한 이와 같은 현상은 세상이
존속하는 동안 계속되겠지만 법은 투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법의 생명이 투쟁, 즉 민족과 국가권력, 계급과 개인의 투쟁에 있기 때문이다.
법은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생동하는 힘이며 이 세상의 모든 법은
쟁취된 것이다. 또한 법은 국가권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의해서 지향되는 영원의 과업이다."
(루돌프 폰 예링 '권리를 위한 투쟁'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