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여
고독이여
그대여 오늘 가십니까.
가시되 언제든 언제 가셨냐 싶게 또 돌아오십시오.
잠시 떠나가시긴 하되 제발 아주 떠나가시진 마십시오.
그대 가실 때마다 먼발치의 배웅도 못하고
그대 오실 때에도 마중은 접어두고라도
언제 오실런지 알지도 못하지만
나를 잊지는 말아주소서.
내 마음 안의 끌로 파헤쳐도 나올 수 없는
이미 하나 된 내 안의 존재니까요.
그대 영영 나를 떠나시면
내 마음도 함께 내 마음을 떠납니다.
그 길은 황량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입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실체없는 나의 마음만은
그대를 사랑해 온 외로운 나의 마음만은
허골을 맴돌아 그대의 옷자락 끝
안 보이는 공기에라도 맴돌려 합니다.
그대, 안 보이는 곳에서
안 보이는 나의 마음을 모두 가져 가신 이여
같은 하늘 아래만 있어 주세요.
떠났다 돌아오시어 제발 같은 하늘 아래만이라도 있어 주세요.
상상을 해도 가 닿지 않는 너무 멀리에 계시지는 말고
또 다시 돌아와 내 곁에 머물러주세요.
언제나처럼.
늘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