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여 고독이여 그대여 오늘 가십니까. 가시되 언제든 언제 가셨냐 싶게 또 돌아오십시오. 잠시 떠나가시긴 하되 제발 아주 떠나가시진 마십시오. 그대 가실 때마다 먼발치의 배웅도 못하고 그대 오실 때에도 마중은 접어두고라도 언제 오실런지 알지도 못하지만 나를 잊지는 말아주소서. 내 마음 안의 끌로 파헤쳐도 나올 수 없는 이미 하나 된 내 안의 존재니까요. 그대 영영 나를 떠나시면 내 마음도 함께 내 마음을 떠납니다. 그 길은 황량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입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실체없는 나의 마음만은 그대를 사랑해 온 외로운 나의 마음만은 허골을 맴돌아 그대의 옷자락 끝 안 보이는 공기에라도 맴돌려 합니다. 그대, 안 보이는 곳에서 안 보이는 나의 마음을 모두 가져 가신 이여 같은 하늘 아래만 있어 주세요. 떠났다 돌아오시어 제발 같은 하늘 아래만이라도 있어 주세요. 상상을 해도 가 닿지 않는 너무 멀리에 계시지는 말고 또 다시 돌아와 내 곁에 머물러주세요. 언제나처럼. 늘 그랬던 것처럼.
[Deja-vu]
2003-09-15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