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 영화 <왕의 남자>를 보고 난 후에, 그를 만났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 줄타기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줄꾼' 박회승이라는 사람입니다. 넓은 마당에 줄이 쳐지고 흥겨운 사물놀이 장단에 사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왕의 남자>의 장생을 떠올리고 있을 때, 걸어나온 이는 앳되어 보였습니다. 성큼성큼 올라가 3m 정도 높이의 줄 가장자리의 기둥을 짚고 선 그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재담을 풉니다. 겨우겨우 한 발씩 내딛고, 다 건너가서는 큰 한숨을 내쉬면서 무섭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남의 고통이 우리네들의 즐거움이냐며 익살을 부리던 그가 드디어... 시원스레 줄을 탑니다. 관객들의 입이 벌어지고, 박수가 터집니다. 출렁이는 줄과 그는 한몸인 듯 보였습니다. 한 마리 새인 듯도 보였습니다. 그는 유유히 날고 있는 연보다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하늘의 그가 즐거워 하는 만큼, 줄 아래 모여 있는 사람들도 큰 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줄 아래 사람들이 사진으로 담고 있는 것은 그일까요? 그가 줄을 타는 모습일까요? 사방의 치켜들린 카메라에 그가 포즈를 취해 줍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빨리 찍어." 넉살 좋게 요쪽조쪽 돌아앉아 가면서 부채도 펼쳐 보이고, V자 포즈도 취해주는 그는 줄 아래 사람들과 이미 하나인 듯했습니다. 줄타기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들고 있던 마이크를 내던지고 더욱 높이, 크게, 신명나게 줄을 탔습니다. 뒤에서 날고 있는 연들보다 그는 더 높아 보였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 줄타기를 아끼고 사랑해 달라.'는 인사로 마무로 그의 공연은 끝이 났습니다. 사람들의 박수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55디딤돌
2006-05-08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