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기억되는 것입니다.<#2/2>
'엄마! 찬장이 아직도 있네~~~ '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아주 어렸을적 아버지께서
동네 피누리떡 아주머니네 논을 사고 파는데 흥정을 붙여서
쌀 다섯말을 얻어 찬장을 사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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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래서 일까....
어려웠던 세월의 닳고 닳은 흔적과 아버지와 함께 살아오셨던 삶의 정을 버리고 싶지는 않아서인지도 .......
올 시한에는 처질러 버리신다는 말씀에 왠지 아버지의 또 하나의 흔적이 사라지는듯 해 맘이 짠해진다.
25년도 훨신 넘은 이제는 골동품이 되어버린 찬장을 아직도 버리지 못함은 나의 어린시절의 잔잔한 기억을 상기시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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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그랬다.
집집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부엌에는 다락과 비슷한 공간이 벽에 붙어 있었고
대나무로 엮어만든 찬장 위로는 반찬들이 정리되어 있던....(가끔은 영화에서나 나올듯한....)
그러나 언제가 부터는 부엌문 옆에 찬장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찬장 오른쪽위에는 나의 보물창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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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항상 그러셨다. 일곱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나에게만은 깊은 사랑을 주신것을...
동네에서 부역이 있을때면 아버지의 민방위 옷차림의 상위 앞주머니 속에는 카스테라 보름달 빵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고
그 보름달 빵은 찬장속 그릇에 담겨 손도 닿지 않은 아주 어린 꼬마를 늘 기다리게 만들었다.
또는 산일이 있을때면 곶감과 알밤... 그리고 갖가지 색깔있는 과자들 또한 찬장속을 채웠었던...
무언가 입안이 궁금해지면 항상 찬장을 열어보았던 그 꼬마는 오늘도 찬장문을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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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야간을 하다 무심코 먹던 빵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려보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이가 하나둘 늘어가니 왜그리 아버지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보름달 빵을 찾기가 힘들더군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빵하나를 넣어보며 그 꼬마를 다시 그려봅니다.
오늘이 어버이날이죠~~~ 이만큼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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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요... 아직도 그 꼬마는 보름달 빵의 진한 맛을 기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