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동 (21. 바베큐 파티..)
지금은 쇠락해져서
삐거덕 거리는 현관문과 다 벗겨진 페인트 칠, 먼지 묻은 붉은 타일만이 남았지만
예전에 이 거리에서 제일로 멋진 빌라였었다.
'꼭 저것들은 토요일이면 저 난리들이라니까...'
나는 속으로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빌라 위에서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고 떠들어대며
바베큐 파티를 하고 있는 미군들을 보며
궁시렁대고 있었다.
점심도 안 싸가는 토요일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이 언덕을 힘들게 올라오면
토요일날 쉬는 미군들은 남의 속을 꼭 그렇게 뒤집어 놓곤 했다.
예전에 자주 볼 수 있던 미군들은 새롭게 지은 빌라촌으로 옮겨가고
지금은 힘없는 노인네들이 새롭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