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용좀 드실라우? 이래뵈도 뿔좋기로 소문난 엘크녹용이라우. 꽃피는 춘삼월이면 작년에 나던 뿔뿌리가 떨어지고 비온뒤 죽림에 죽순 자라듯 녹용이 무럭무럭 자라건만 채 석달도 되기전에 용빼는 기술자에게 왕관같던 뿔은 잘려나가고 피도 쪽쪽빨려 또다시 9개월을 휑한 머리로 있어야지요. 한때는 피한잔에 10만원씩해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먹고, 우리 할아버지 몸값이 아파트값과 맞먹을땐 피한번 빼주고 용한번 빼주면 남은 일년동안은 몸편하게 누워가지고 당근먹고 사과먹고 호박먹고 포식하던때도 있었는데 그런건 다 옛날 이야기가 되버렸구료. 작년에 태어난 내 딸래미는 애완견 개값에 팔려가버리고, 딸래미 팔려가 맘아파 풀못뜯던 어미는 딸걱정에 삐쩍말라가자 사료값만 축낸다고 바로 약탕기 속으로 들어가 사슴액기스 되버렸네요. 그래도 한때 국민건강 책임지던 엘크 사슴인데.... 피빨려 빈혈나고 자라던 뿔 뺏겨 눈물나더라도 차라리 내피랑 내뿔 잘팔려 다음뿔이 자랄때까지 호강하며 살고 싶다고요. 싸구려 중국산 갈잎은 더이상 먹기 싫어요. 싸구려 수입산 녹용과 우리녹용을 비교하지도 말라고요. 저녁에 밥상 물리고 삼대가 둘러앉아 할아버지는 원기회복제, 아빠는 피로회복제, 자식들은 총명탕을 쪽쪽빨아드시며 가족과 함께 따스한 대화 나누실 생각없으신가요. 나도 예전에 먹던 당근이랑 사과랑 호박좀 먹어보자고요.
jekill
2006-04-2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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