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길고양이
비가 부슬부슬 오던 날 쓰레기 수거함 밑.
조심스런 내 발걸음에도 화들짝 놀라
다다닥ㅡ하고 도망가던 길고양이 삼형제. 혹은 삼남매.
눈밑에 누렇게 말라붙은 눈물자국과 꼬장물이 묻은 조그만 궁둥이를 보자
흉골 근처에 알콜주머니가 터진 듯, 싸ㅡ해졌어요.
편의점에서 용돈이 다 떨어진 지갑을 털어 참치캔을 하나 샀습니다.
A4용지위에 엎어놓고 애기들이 아그작아그작 씹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ㅡ
흰색털의 제일 눈이 큰 저 녀석,
아직도 내가 겁이 나는가 봅니다.
두형제들이 먹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만 보니ㅡ,
아기길고양이에게 나의 호의를 알아달라고 하기엔 무리겠지만
고소한 참치 냄새까지 마다할 정도로
녀석에게 인간이란 존재는 무서웠나 봐요.
쪼그리고 앉아 아기냥이들이 허겁지겁 참치 한 캔을 다 비우는 모습을 보고
일어서서 집으로 가려는데ㅡ
수거함 뒤로 묵직한 실루엣과 번쩍이는 눈.
사진을 찍는 동안 참치 근처에는 오지도 않았던 엄마는
내가 아기들 근처에 머무르는 내내 불안한 눈초리로 나를 노려봤겠지.
다시 편의점에가서 마지막을 돈을 털어 참치캔을 하나 샀습니다.
그러나 돌아와보니 엄마는 그 자리에 없었어요.
이제는 A4용지도 없어 하늘색 책표지를 뜯어 참치를 엎어놓고
아기들의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